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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게 바로.. 번아웃인가?thoughts 2021. 8. 13. 22:37
코딩으로 돈을 번 지 벌써 2년이 다 되어 간다.
그간 꽤 즐기며 개발 일을 해 왔는데 이번 여름 들어서는 텐션이 확 떨어졌다. 집중력도 낮아지고 퇴근하면 노트북을 덮고 다시 열지 않았다. 깃헙 잔디밭도 점점 황폐해졌고. 더워서 그러려니, 계절이 바뀌면 이 또한 곧 지나가겠거니 하고 마음을 다잡으려 애만 썼다. 그러다 낮 최고 기온이 30도 이하로 떨어진 오늘 문득, 머릿속에 생각이 스쳤다. 날도 선선했는데 아직도 쳐져 있네? 나는 지금 번아웃을 겪고 있구나.
지칠 만하긴 했다. 우선 올 초부터 6월까지는 신규 프로젝트 때문에 쭈욱 크런치 모드에 돌입해 있었다. 그 와중에 IT 노동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느끼는 이 업계 특유의 FOMO('내가 노는 동안 다른 개발자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한다' 따위 두려움)로 퇴근 후에 공부도 했다.
프로젝트도 런칭되고 혼자 스터디하던 주제도 일단락이 되니 기력이 쏘옥 빠졌다. 다음에 할 일을 찾아야 하는데, 아무리 궁리해도 무얼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결론에만 도달했다. 방향성을 설정할 힘도 부족했던 모양이다. 스스로 동기부여하는 게 힘들면 제3자가 부여하는 강제성에라도 의지할까 싶어 인터넷 강의도 등록해 봤다. 꾸역꾸역 꽤 열심히 들었지만 흥미가 떨어진 탓인지 수업 내용을 금세 까먹기 일쑤였다. 결국 몇 주 전부터 수강을 잠깐 쉬고 있다. 돈이 아까워서라도 한 번 등록한 수업은 끝까지 듣는 편인데 확실히 지쳐있었나 보다.
상태를 자각한 후로 번아웃이 온 근본 원인을 곰곰히 따져 봤다. 어느 순간부터 내가 개발을 하는 이유가 좀 변질된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. 전에는 흥미가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. 무언가 만들어내는 일도, 낯선 지식을 습득하는 것도 즐거웠다. 하지만 어느새 개발을 오직 '하지 않으면 안 된다'는 정언명제로서 떠올리게 되었다. 직업이니까 하지 않으면 안 되고, 뒤쳐지니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. 이런 마인드셋을 좀 바꿀 필요가 있었다.
당분간 다시 재미를 찾아가는 연습을 할 예정이다. 구체적인 규칙도 정해 보았다. 이전에 다른 일을 하다 슬럼프를 겪었을 때 이겨낸 경험을 참고한 결과물이다.
1. 적어도 하루에 30분은 온전히, 내가 좋아하는 개발 관련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확보해 둔다.
2. 매일, 약속된 시간 안에 성취할 수 있는 작은 목표를 설정한다. 성취감을 쉽게 얻기 위함이다.
3. 30분을 해 내면 그날 하루는 자유롭게 쉬어도 된다. 하지만 내킨다면 시간을 더 내어도 좋다.
4. 딱 일주일 간 해본다. 성공하면 여력이 되는 만큼 매일 할당 시간과 기간을 늘려 다시 도전해본다.
5. 만약 실패하면? 일단 괜찮다고 나 자신을 다독이고, 즐거운 일을 하며 스트레스를 푼 다음 무엇이 어려웠던지 되새겨보기.무엇이 달라져 있을지 궁금해하며, 내일부터 일주일 간 상기한 규칙을 천천히 실천해 보아야겠다. 아마 개발서를 읽거나, 아주 작은 토이프로젝트를 할 듯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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